나는 맥을 사용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맥북프로와 해킨토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아니 기술적으로 더 옳게 표현하자면 맥과 PC에서 맥의 OS인 OSX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도 ActiveX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윈도우즈가 아닌 OS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나도 집에서만 OSX을 사용할 뿐이고 가끔은 윈도우즈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분명 많은 사람이 선택하지 않은 OS를 나는 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이유에서 OSX을 10년 가까이 사용해 왔는지 한번 돌아본다. 


내가 매킨토시 컴퓨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때는 80년대 후반이다. 그전까지 애플 컴퓨터에 대한 이름은 들어왔지만, 실질적인 충격을 준 것은 그때 알게 된 대화형 컴퓨터라는 개념과 Laser Writer라는 프린터의 출력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시 나의 첫 번째 컴퓨터를 PC로 결정하는 데에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그리고는 갓 나온 윈도우즈를 즐기면서 맥은 그렇게 지워져 갔다.

 

사회인이 되었을 때, 사무실에는 몇 대의 매킨토시 컴퓨터가 있었다. 맥클래식, 맥IICi 그리고 쿼드라까지 설치되어 있었는데, 주 용도는 Matlab과 MacDraw의 사용인 것으로 기억된다. 자주 죽는 윈도우즈와는 다르게 당시 맥은 안정적이고 사용이 쉽다고 생각은 했지만, 나는 PC의 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즐기고 싶었고, 윈도우즈와 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PC를 사용하려고 했다. PC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어떻게든 비슷한 환경을 만들려고 고생했던 기억도 있다.

 

맥IIci, 애플은 느린 모토롤라 68000 계열의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apple-history.com)

 

그 이후, PowerPC 맥을 사용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더디게 느껴지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그리고 응용 프로그램 부족 등으로 6개월 만에 다시 PC로 돌아왔다. 당시 맥은 윈도우즈 NT 계열의 안정적인 OS에 비해서 장점이 거의 없었다. 그때까지도 맥의 OS는 선점형 멀티태스킹도 안되고, 응용프로그램 간의 메모리 보호도 지원하지 않는 그런 OS였다. 윈도우즈 3.1, 95, 98 등의 OS보다는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있었지만, 윈도우 NT에서  2000, 그리고 XP로 이어지는 OS 라인에 비해서는 자랑할만한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Power맥 7300, PowerPC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System 9.1까지 설치할 수 있었다. (apple-history.com)

 

그러다가 애플에서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RISC 프로세서인 PowerPC를 버리고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한다는 점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당시의 더 진보된 프로세서들 DEC의 Alpha나 PowerPC 칩에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좀 아쉽다는 것이 그때의 느낌이었다. 물론 승리한 인텔이 대단하기도 하고…

 

2008년 어느 날 해킨토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자랑하는 OS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번 경험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설치를 시작했다. 배포판이어서 별 어려움 없이 설치는 했으나,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포함된 응용 프로그램도 기본적인 것이 전부였으니… 그것이 OSX 10.5 Leopard와의 첫 만남이었지만, 별다른 일 없이 지우고 말았다.

 

2006년 초기형 iMac. 애플은 2006년부터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apple-history.com)


그렇게 지내다가 모니터를 와이드 형으로 변경했다. 그리고는 좀 더 사용에 쾌적한 환경이 되었으니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훌륭하다는 OSX을 다시 한 번 경험하려고 했다. 그래서 또 한번 설치하게 되었는데, 이때에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왕 설치한 OSX을 이용해 뭔가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든 것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동영상 편집. iMovie 소개 영상을 보고 단숨에 iLife와 포맷 변환 프로그램을 샀다. 당시 거금을 주고 구입한 Sony Vegas를 윈도우즈용이라는 이유로 이 때부터 외면하게 된다.

 

동영상 편집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마추어가 쉽게 일정 수준 이상의 출력물을 만들 수 있도록 구성된 OSX의 마력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으로는 결코 전문가 수준 근처도 갈 수 없지만, 잠깐의 시간 투자로 시선을 모으는 출력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에게 큰 호소력을 보인다. 애플은 파이널 컷, 로직 등의 전문가용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런 Consumer 레벨의 소프트웨어에 재미를 보았는지 점점 전문가용은 쇠퇴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튼, 더 많은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나니 사용 범위도 많이 넓어졌고, 또 그런 프로그램들로 인하여 하지 않던 일도 공들여 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아이튠스 때문에 듣지도 않던 MP3를 모으고 앨범 커버를 찾아 다녔으며, iPhoto로 사진을 모으기 위해 스캔도 하고 이벤트도 정리했다. DEVONThink DB에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몇 날 며칠 동안 OCR 기능을 사용하기도 하고, 괜히 Pages와 Keynote를 사용하고자 변환을 마다치 않았으며, Xcode 프로그래밍도 해 보았다. 그리고 전문가용이라는 Final Cut Pro도 깔아서 동영상을 편집해보기도 했다. 나름 즐겁고 이유 있는 취미 생활이었지만, 과연 PC에 윈도우즈를 설치하고 있었다면 이런 일을 했었을까 하고 가끔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이것이 OSX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 그럭저럭 쉽게 출력을 만들어주고, 별것도 아닌 수집 정리 기능을 제공해서 열심히 자료를 모으게 하고, 그러다 보니 그 컴퓨터를 이용해서 뭔가 더 많은 것을 해보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능력을 이 OSX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OSX이 윈도우즈에 우월한 점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친화적이고 진보되어 있다고 하지만 이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단지 익숙하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바이러스가 없는 점도 사용자가 적기 때문에 기인한 것으로 업데이트가 더딘 애플이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은 절대 아니다. 성능도 최고급 사양의 PC를 추월하는 가격에 최신의 하드웨어도 아닌 컴퓨터로 그저 그런 속도만 보이고 있으니 하드웨어적인 장점도 보기 좋은 점 이외에는 별로 없다. 특히 10.11 El Capitan이 나오면서 점점 쌓이는 엄청난 버그 때문에 원성이 자자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애플은 스마트폰에만 주력하고 있거나 매킨토시 분야에서는 기술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SX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사용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OS를 볼 때마다 흐뭇해지고, 뭔가를 하고 싶게 만들도록 자꾸 충동을 받는다. 요즘 기준으로는 결코 안정적이고 결함이 적은 OS라고 할 수는 없고, 잦은 버그로 투덜거리며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만들지만, 결코 다른 OS로 바꿀 생각은 하지 않게 하는 그런 OS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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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almi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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